알고보니 '뚝배기 왕자' 성시경
[김가희기자 취중토크] "술 마시는 스케줄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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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후 가장 기분 좋은 스케줄.'

가수 성시경(23)이 취중토크를 이렇게 표현했다. 약속 시간인 오후 7시반을 몇 분 넘긴 그는 “1분이라도 빨리 달려오고 싶었다”며 숨을 가쁘게 몰아 쉬었다.

하루 일정이 끝나고 난 후 매니저가 집에 데려다 주면, 1주일에 3~4번은 부모님 몰래 빠져 나와 찾는다는 서울 반포의 포장마차 ‘스마일’에서 그를 만났다.

오자 마자 거침없이 술병을 따며 포장마차 주인에게 농담을 건네는 그는 ‘버터왕자’가 아닌, 뚝배기 왕자’였다.

#기분 좋은 술 상대

“(김)선아 누나랑 한 취중토크를 봤다. 8병이라고 쓰여져 있던데 그걸 넘기고 말겠다”며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전의(?)를 불태웠다. 우린 거푸 잔을 비웠다. “난 술 안 마시는 사람 이해를 못하겠다”며 고교 때부터 이 집을 찾았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술 마시는 스케줄이 있다는 게 너무 좋다”며 기분 좋게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그는 취중토크를 인상 깊게 봤는데, 그 중 기억 나는 게 남희석과의 첫 만남에서 오간 대화라고 했다. “딱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희석형이 했다. ‘뜨고 나면 사람들이 변했다고 하는 데 그렇게 말한 사람은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

그는 이 포장마차를 주로 친구들과 자주 찾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사귄 친구들이란다. “친구들에게 있어 나는 어쩌다 보니 가수가 되고 연예인이 된 친구일 뿐이다. 늘 똑같이 대해주는 친구들이 고맙다.”

즐겨 먹는다며 계란 프라이를 안주로 시켰다. 기자 역시 술자리를 꽤 다녀봤지만 계란 프라이를 소주 안주로 먹는 건 처음이었다. “이게 기름기가 많아서(프라이에 기름이 흥건히 묻어있었다) 살도 찌고 건강에도 안 좋지만 출출할 때 제일 든든한 안주”라고 소개했다.

이제 나이 스물 셋. 학교도 다니고, 가수 활동도 하느라 바쁘지만 이 나이에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이 정도 위치에 오르기가 쉬운 일인가. ‘행복하겠다’고 했더니 “100점 맞는다고 그 사람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지 않는가”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노래가 너무 하고 싶어 가수가 됐고, 인기도 얻게 됐다. 그런데 그는 “가수가 된 줄만 알았지, 연예인이 됐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난 연예인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의 인기를 높이는데 한 몫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는 ‘버터왕자’가 됐다. “태어나서 내가 ‘느끼하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어느 순간 난 느끼한 놈이 돼있었다. 친구들이 ‘너 어쩌다 그렇게 됐냐’고 놀릴 정도로.”

이 때문에 “난 연예인에 대한 환상이 없다. 사실 연예인들도 연예인을 바라볼 때 신기하다. 배우들은 가수들이 무대에 서서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는 걸 부러워하고, 가수들은 배우들이 신비한 세계에 있는 것 같아 동경하는 식이다. 그런데 난 연예인을 신비한 존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난 가수이고, 목소리도 악기다

성시경은 우리 가요 전문가에게 나름대로 불만이 있었다. “아니, 왜 가수는 그냥 노래 부르는 기계라고 생각하는 건가. 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가수에 따라 그 느낌이 확 다르다.” 이 말을 하면서 그는 박효신의 목소리, 윤종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한 소절씩 불렀다. “이처럼 내가 부르는 노래는 성시경 만의 색깔이 있다. 그런데 왜 작사 작곡 안 하는 가수는 아티스트로 평가 해주지 않는다. 물론 내가 지금 아티스트의 경지에 올랐다는 건 아니다.”

술이 들어가면서 그의 열변도 더해갔다. “노래는 호흡이다. 가수들이 노래 부르는 호흡에 관객이 따라 들어온다. 그 미묘한 열정의 순간을 가수 외에 누가 알겠는가.”

그는 “인기를 좇아가며 음반을 많이 팔리게 하는 가수가 아니라, 25만장 정도가 꾸준히 팔리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술병이 7병째 쌓였다. “이제 한 병 남았네”라며 8병을 뛰어넘겠다는 집착을 보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렇게 되지 못했다. 그는 또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느라 밤 11시 반이 되자 자리를 떠야 했다. 청취자들이 알게 되면 황당하겠지만 그날 그가 출연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은 그가 술 마신 채 나왔던 거다.

“꼭 기다려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물론 기자는 기다렸다. 하지만 그가 간 후 매니저와 몇 잔을 더 마시는 바람에 기자는 그가 다시 돌아온 새벽 1시쯤엔 이미 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그도 학교를 못 나갔고, 기자도 취중토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다.

사진=이영목 기자 mailto:"ymlee@dailysports.co.kr"

김가희 기자 mailto:"kahee@dailysports.co.kr"

 

실제 링크: http://search.hankooki.com/view.php?terms=%BC%BA%BD%C3%B0%E6&path=hankooki1%2FNewsPortal%2F200211%2Fnp20021107140123h611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