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사무실에는 남자들만 15명이다.




그중에 아주 아주 조용한 성격의 남자가 있다.




나이는 30살이다.




그 사람은 목소리가 매우 작은 편이다.




소리도 못지르고... 심지어 욕도 아주 조용하게 한다.




화낼 줄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류시원보다 더 조용한 성격이라면... 말다한걸까?




내 눈에는 그 조용한 남자가 신사적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 남자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ㅡ,.ㅡ 도둑이 제발 저리는 것같은...)




그사람은 여자친구가 없다.




집에서는 자꾸 결혼하라고 재촉하는 것같은 분위기였다.




집에 늦게 귀가하는 날에는 밥도 못얻어먹는다고 했다.




모친께서 "니네 마누라 생기면 그때 얻어먹어라!!" 라고 말씀하신단다.




왠지 그사람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저만하면 괜찮은데 왜 여자친구가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구제해주라구?




말도 안돼... 나는 적당히 즐길줄 알고 적당히 다혈질인 남자를 좋아한다.




그사람은 내타입이 아니다.(내가 지금 타입 따질 땐가?)




그건 그렇고...




그런 그가 얼마전에 집안의 강요에 못이겨 선을 봤다고 한다.




일요일에 선을 보구선 월요일에 와서 괜히 실실 웃었다.




'아~ 잘됐나보다.'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다른 직원이 그사람을 자꾸 놀린다.




"과장님, 어제 L모씨(그의 신변보호를 위해 이니셜처리) 선봤데요."




"근데요, 여자한테 퇴짜맞았데요."




'어라? 퇴짜를 맞았는데 왜 기분이 좋은 것처럼 실실 웃어대지?'




궁금했다.




"근데 왜 저렇게 좋아하는 줄 아세요?"




누군가가 과장님께 그렇게 얘기했을때




그 L모씨는 그사람의 입을 막았다.




"얘기하지마..."




"얘기하지 말까?"




"그래, 얘기하지마."




나는 그자리에서 그사람이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았는지 몰랐다.




나중에 과장님께 그 이유에 대해 듣고는 그사람을 다시 보기로 했다.




"L모씨 말이야..."




"네..."




"선봤다고 했잖어~"




"네... 퇴짜맞고 좋아하던데..."




"그렇지? 잘됐다더군."




"근데 왜 좋아해요? 나같으면 3대를 멸망케할텐데... 나 퇴짜 놓으면..."




"여자가 가슴이 작았데... 가슴 작은 여자는 싫데..."






ㅡ,.ㅡ




나는 그날부로 그 L모씨를 다시 보기로 했다.